"미국 본토에 한국 야구가 중계되자 상상하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올림픽을 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 KBO를 보고 있다" 5월 5일 개막한 한국 프로야구가 미국과 일본, 중동 등 전 세계에서 동시 중계되자 나온 말입니다. KBO 리그 개막에 열광한 것은 국내 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야구팬들도 함께 열광했습니다. 특히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며 오랫동안 야구에 목말라있던 미국 팬들도 들썩였습니다. 그동안 미국 ESPN은 KBO에 중계권을 무료로 달라고 해서 논란이 되었지만 KBO 리그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밤 중계권료를 지불하기로 하면서 계약이 극적으로 체결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KBO 리그는 미국, 일본 매체와 중계권 계약까지 마쳐 개막전부터 해외에서 생중계되었습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야구 종주국 미국과 1936년에 프로야구를 출범시켜 한국보다 50년이나 앞선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일본에서 한국 프로야구가 생중계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한국야구팬들은 박찬호, 김병현, 추신수, 류현진 등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를 보기 위해 새벽잠을 설쳤지만, 이번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팬들이 한국야구를 보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KBO에 가장 호기심을 보이는 것은 홈런을 친 타자가 배트를 던지는 세리머니, 이른바 '빠던'이라 불리는 것이었습니다. '빠따 던지기'의 준말인 '빠던'은 미국에서는 배트 플립이라 불리는데, 메이저리그에서는 배트 플립이 상대방 선수를 자극한다고 해서 금기시되고 있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타자들이 배트 플립을 하면 상대팀과 갈등을 야기해 위험하다고 했지만 한국에서는 일종의 화려한 세리머니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KBO 리그에서는 홈런, 심지어 안타나 파울 장면에서도 타자들이 배트 플립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KBO에서 자주 나오는 '빠던'을 보고 싶다는 미국 야구팬들이 많았습니다. 미국 팬들은 "나는 KBO의 배트 플립을 즐길 준비가 돼 있다", "KBO의 배트 플립이 보고 싶다", "KBO 타자들은 안타만 때려도 방망이를 던진다"등 호기심 어린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5일 LG와 두산의 경기에서도 미국 팬들은 "LG 김현수 선수가 홈런을 쳤는데 방망이를 던지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NC 모창민 선수가 홈런을 치고 빠던을 시전 하자 ESPN 중계진은 "드디어 한국의 빠던이 나왔다"며 흥분했습니다. 앞서 박석민, 나성범은 홈런을 치고 배트를 던지지 않아 적잖게 실망했던 중계진들 사이에서 절로 환호성이 터진 것입니다. "HotDogSundae"라는 닉네임의 레딧 이용자는 '펜스 앞 뜬 공에 배트 플립을 한다. 이제 MLB를 끊겠다'며 한국 프로야구의 배트 플립에 감탄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KBO 개막전은 한국 시간으로 오후 2시, 미국 동부지역 기준으로 새벽 1시였습니다. 이 새벽에 KBO 리그를 처음 접한 미국 야구팬들의 반응은 SNS를 이렇게 달궜습니다. "이제 곧 자러 가야겠지만, 얼마나 스포츠가 그리웠는지 모른다. KBO를 통해 재충전되는 느낌이다.", "오늘 낮잠은 꿀잠이 될 것 같다. KBO에게 고맙다", "새벽 2시에 야구를 보고 있지만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날 ESPN은 메이저리그 중계진을 섭외해 해설에 깊이를 더했고, 다양한 인포그래픽을 통해 리그의 역사와 방식 등 KBO 리그를 소개하는 데 공을 쏟으면서 미국 야구팬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습니다. 여기에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에릭 테임즈까지 특별 섭외하며 재미를 더했습니다.
미국 야구팬들은 KBO를 보면서 각각의 팀들을 응원했는데, NC 다이노스에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NC 다이노스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약자 'NC'가 붙어 노스캐롤라이나 야구팬들의 지지를 선언받은 것입니다. 그들은 NC뿐만 아니라 다이노스에도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공룡 화석이 많이 발굴되는 지역으로,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는 공룡 연구로 유명한 학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이노스(공룡의 영어 단어인 dinosaur에서 유래)란 팀 이름이 딱 어울린다고 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동안 미국 동남부에 위치한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메이저리그 연고 팀이 없어 설움이 있었지만, NC 다이노스가 그 꿈을 이뤄줬다며, 노스캐롤라이나 다이노스라고 불렀습니다.
미국의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삼성보다 상대적으로 모기업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NC의 생산품을 묻는 질문에 "e스포츠 강국인 한국의 게임회사라면 응원할 이유가 더 분명하다"는 의견이 덧붙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LG 트윈스의 팬이 된 미국 야구팬들은 단체 채팅방을 만들고, 경쟁팀 두산을 견제하며 마치 오랜 팬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2018년 아메리칸리그 MVP를 차지한 LA 다저스 무키 베츠 선수도 KBO 중계를 환호했습니다. 그는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이 출연한 KBO 리그 홍보영상을 소개했습니다. 베츠는 SNS에 "KBO가 돌아왔다. 우리 모두 시청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한 무키 베츠는 한글을 쓰며, 한국어로 말하면서 KBO를 홍보했는데, 지금 베츠뿐만 아니라 KBO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미국 야구팬들도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KBO 관계자는 이런 뜨거운 관심이 놀랍다며 현재는 무관중이라서 앞으로 더 보여줄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나중에 관중이 입장하게 되면 KBO 리그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 응원 문화라고 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는 대부분 치어리더가 없기 때문에 한국의 응원문화가 새롭게 비칠 수 있고, 또한 야구장 내에서 맥주와 치킨, 바비큐를 즐기는 자연스러운 모습에 놀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메이저리그는 잘 짜인 대하드라마이지만, KBO는 막장 드라마 같은 강렬하고 짜릿한 맛을 보여줄 것이라는 재밌는 평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ESPN은 하루에 한 경기씩 KBO 리그 경기를 생중계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국 팬들의 관심은 더욱더 증폭될 전망입니다. 또한 당분간 KBO 리그가 야구에 목말라 있는 미국 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며, 그 짜릿한 맛을 전달해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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